챗GPT는 우리 딸을 모른다 — 좋은 답을 얻는 챗GPT 질문법

딸 결혼식을 보름 앞둔 어느 날, 재훈에게 숙제가 하나 생겼다.

결혼식 축사였다.

아내가 말했다.

“당신 축사는 짧게 해. 감동 준다고 시작했다가 10분 하면 안 돼.”

“내가 언제 그랬어?”

“지난번 조카 결혼식 때 건배사 5분 했어.”

재훈은 대꾸하지 않고 휴대전화를 집어 들었다.

딸이 몇 달 전부터 한번 써보라고 하던 챗GPT가 생각났다.

‘이럴 때 쓰는 거 아닌가?’

어떻게 물어봐야 하는지는 별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별생각 없이 이렇게 썼다.

“딸 결혼식 축사 좀 감동적으로 써줘.”

몇 초 지나지 않아 제법 그럴듯한 글이 나타났다.

그런데 몇 줄 읽고 나자 이상했다.

어딘가 우리 집 이야기 같지가 않았다.

챗GPT가 써준 축사, 왜 남의 딸 이야기 같았을까

재훈이 소리 내 읽기 시작했다.

“사랑하는 딸아. 오늘 아빠는 너의 손을 놓아주려 한다. 어린 시절 내 품에 안겨 있던 네가 이제 한 남자의 아내가 되어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모습을 보니…”

몇 줄 읽던 재훈이 아내를 쳐다봤다.

“어때?”

아내는 잠깐 듣더니 고개를 갸웃했다.

“좀 이상한데.”

“뭐가?”

“왜 딸을 어디 멀리 보내는 사람처럼 말해?”

“결혼하니까 그렇지.”

“결혼해도 여기서 차로 20분 거리에 살아. 일요일이면 또 와서 냉장고 열어볼 애한테 무슨 ‘손을 놓아준다’야.”

재훈도 웃음이 났다.

듣고 보니 그랬다.

딸을 결혼시키는 축사라기보다 먼 나라로 떠나보내는 사람 같았다.

재훈은 챗GPT에 다시 말했다.

“딸은 결혼해도 가까이 살 거야. 너무 슬프게 쓰지 말고 조금 재미있고 따뜻하게 바꿔줘.”

이번에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사랑하는 딸아. 결혼한다고 해서 아빠와 멀어지는 것은 아니겠지. 집도 가까우니 언제든 놀러 오고, 엄마가 해준 밥이 생각나면 편하게 찾아오렴…”

재훈이 읽다가 말했다.

“아까보다는 낫지?”

아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낫기는 한데… 이건 옆집 김 부장님 딸 결혼식에서 읽어도 되겠다.”

“그래? 틀린 말은 하나도 없을 텐데.”

재훈이 다시 읽어봤다.

그러고 보니 그랬다.

틀린 곳은 없었다.

그런데 민서가 없었다.

재훈이 투덜거렸다.

“인공지능이라더니 별거 없네. 우리 민서가 어떤 애인지 느낌이 안 나잖아.”

아내가 말했다.

“그 얘기 넣어봐.”

“무슨 얘기?”

“민서 고등학교 때 새벽 두 시.”

재훈이 바로 웃었다.

“아, 그거?”

챗GPT는 우리 가족의 ‘새벽 두 시’를 모른다

새벽 두 시 딸을 데리러 나온 아버지와 자동차 안의 딸

딸이 고등학생 때 친구 생일파티에 갔다가 밤늦게 전화를 했던 일이었다.

“아빠, 미안한데 나 좀 데리러 와.”

재훈은 자다가 그 전화를 받았다.

갈아입기도 귀찮아서 잠옷 위에 긴 코트만 걸치고 차를 몰고 갔다.

잠시 뒤 딸이 차에 올라탔다.

민서는 아빠를 위아래로 한번 보더니 말했다.

“아빠…”

“왜?”

“창피하니까 집에 갈 때까지 차에서 내리지 마.”

재훈은 어이가 없었다.

새벽 두 시에 자기를 불러낸 사람이 할 말은 아닌 것 같았다.

그때는 화가 났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그 이야기는 가족들이 모일 때마다 꺼내는 웃음거리가 됐다.

재훈은 챗GPT에 썼다.

“딸이 고등학생 때 새벽 두 시에 데리러 갔던 이야기를 축사에 넣어줘.”

잠시 뒤 챗GPT가 답했다.

“좋습니다. 그 장면을 넣으면 훨씬 개인적인 축사가 될 수 있습니다. 몇 가지만 더 알려주세요. 왜 새벽 두 시에 데리러 가게 되었나요? 그때 딸이 뭐라고 했나요? 지금도 가족들이 기억하는 재미있는 장면이 있나요?”

재훈이 화면을 보며 말했다.

“이것도 내가 다 설명해야 돼?”

아내가 어이없다는 듯 쳐다봤다.

“그럼 챗GPT가 어떻게 알아?”

“그래도 인공지능인데.”

“인공지능이면 민서 고등학교 때 일을 알아? 챗GPT가 우리 집에서 같이 살았어?”

재훈이 입을 다물었다.

그러고 보니 아내에게는 그냥 “새벽 두 시 그 얘기”라고만 해도 충분했다.

둘 다 그날을 알고 있었다.

딸이 어디 있었는지, 왜 전화했는지, 자기가 어떤 꼴로 나갔는지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오랜 세월을 같이 살아온 사람들이니까.

그런데 챗GPT에게는 그 시간이 없었다.

재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챗GPT가 알 리가 없지.”

이번에는 의자에 제대로 앉았다.

이번에는 챗GPT에게 ‘민서’를 설명했다

재훈은 이번에는 처음부터 조금 자세히 적었다.

“나는 오십 대 아버지고, 결혼하는 딸은 서른한 살 우리 집 첫째다. 축사는 5분 이내로 짧게 하고 싶다. 너무 감상적이지 않았으면 좋겠고, 하객들이 한 번 정도 웃었으면 좋겠다.

딸이 고등학생 때 친구 생일파티에 갔다가 새벽 두 시에 나에게 데리러 와달라고 전화했다. 나는 자다가 일어나 잠옷 위에 긴 코트만 걸치고 갔다. 딸은 차에 타더니 내 모습을 보고 ‘아빠, 창피하니까 집에 갈 때까지 차에서 내리지 마’라고 했다. 지금도 우리 가족이 가끔 웃는 이야기다.

딸은 어려서부터 독립적인 성격이지만 정말 필요할 때는 가족을 찾는 아이다. 이 이야기를 넣어서 웃기면서도 마지막에는 아빠가 언제든 딸 편이라는 느낌이 남도록 써줘.”

몇 초 뒤 글이 나왔다.

재훈은 천천히 읽기 시작했다.

“민서가 고등학생이던 어느 날 새벽 두 시에 전화가 왔습니다.

‘아빠, 나 좀 데리러 와.’

저는 자다가 일어나 잠옷 위에 긴 코트만 걸치고 차를 몰고 갔습니다.

그런데 차에 탄 딸의 첫마디는 ‘아빠, 고마워’가 아니었습니다.

‘아빠, 창피하니까 집에 갈 때까지 차에서 내리지 마.’

그때는 기가 막혔습니다. 새벽 두 시에 사람을 불러내 놓고 옷차림을 지적하다니요.

그런데 오늘 생각해 보니 그게 아버지 역할이었던 것 같습니다.

평소에는 찾지 않아도, 정말 필요할 때 전화할 수 있는 사람.

민서야, 이제 네 옆에는 평생 함께할 사람이 생겼구나. 그래도 혹시 살다가 새벽 두 시에 아빠가 필요한 날이 오면 전화해라. 다만 이번에는 아빠가 옷을 제대로 갈아입고 나가마.”

재훈이 읽다가 피식 웃었다.

“여보.”

“왜?”

“이번 건 좀 나 같다. 한번 읽어볼래?”

아내가 휴대전화를 받아 읽었다.

앞부분에서는 웃었다.

마지막 부분에 가서는 조금 천천히 읽었다.

그리고 휴대전화를 돌려줬다.

“이건 괜찮네.”

재훈이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거봐. 내가 좀 가르쳐주니까 잘하잖아.”

아내가 바로 받아쳤다.

“챗GPT를 가르친 게 아니라 당신이 이제야 말을 제대로 한 거지.”

“그게 그거지 뭐.”

그날 밤, 감사 문자 앞에서 손가락이 멈췄다

그날 밤 재훈은 축사를 저장했다.

그러다 문득 결혼식이 끝난 뒤 신랑 부모님께 감사 문자를 보내야 한다는 생각이 났다.

재훈은 다시 챗GPT를 열었다.

“신랑 부모님께 보낼 감사 문자 좀 잘 써줘.”

여기까지 쓰고 손가락이 멈췄다.

잠깐 생각했다.

그리고 조금 전 쓴 문장을 지우기 시작했다.

“아니지.”

아내가 쳐다봤다.

“왜?”

재훈은 다시 챗GPT 화면을 바라봤다.

“먼저 내가 사돈한테 뭐가 고마운지부터 챗GPT한테 말해줘야지.”

딸 결혼식을 보름 앞둔 어느 날, 재훈에게 숙제가 하나 생겼다.

결혼식 축사였다.

아내가 말했다.

“당신 축사는 짧게 해. 감동 준다고 시작했다가 10분 하면 안 돼.”

“내가 언제 그랬어?”

“지난번 조카 결혼식 때 건배사 5분 했어.”

재훈은 대꾸하지 않고 휴대전화를 집어 들었다.

딸이 몇 달 전부터 한번 써보라고 하던 챗GPT가 생각났다.

‘이럴 때 쓰는 거 아닌가?’

어떻게 물어봐야 하는지는 별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별생각 없이 이렇게 썼다.

“딸 결혼식 축사 좀 감동적으로 써줘.”

몇 초 지나지 않아 제법 그럴듯한 글이 나타났다.

그런데 몇 줄 읽고 나자 이상했다.

어딘가 우리 집 이야기 같지가 않았다.

챗GPT가 써준 축사, 왜 남의 딸 이야기 같았을까

재훈이 소리 내 읽기 시작했다.

“사랑하는 딸아. 오늘 아빠는 너의 손을 놓아주려 한다. 어린 시절 내 품에 안겨 있던 네가 이제 한 남자의 아내가 되어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모습을 보니…”

몇 줄 읽던 재훈이 아내를 쳐다봤다.

“어때?”

아내는 잠깐 듣더니 고개를 갸웃했다.

“좀 이상한데.”

“뭐가?”

“왜 딸을 어디 멀리 보내는 사람처럼 말해?”

“결혼하니까 그렇지.”

“결혼해도 여기서 차로 20분 거리에 살아. 일요일이면 또 와서 냉장고 열어볼 애한테 무슨 ‘손을 놓아준다’야.”

재훈도 웃음이 났다.

듣고 보니 그랬다.

딸을 결혼시키는 축사라기보다 먼 나라로 떠나보내는 사람 같았다.

재훈은 챗GPT에 다시 말했다.

“딸은 결혼해도 가까이 살 거야. 너무 슬프게 쓰지 말고 조금 재미있고 따뜻하게 바꿔줘.”

이번에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사랑하는 딸아. 결혼한다고 해서 아빠와 멀어지는 것은 아니겠지. 집도 가까우니 언제든 놀러 오고, 엄마가 해준 밥이 생각나면 편하게 찾아오렴…”

재훈이 읽다가 말했다.

“아까보다는 낫지?”

아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낫기는 한데… 이건 옆집 김 부장님 딸 결혼식에서 읽어도 되겠다.”

“그래? 틀린 말은 하나도 없을 텐데.”

재훈이 다시 읽어봤다.

그러고 보니 그랬다.

틀린 곳은 없었다.

그런데 민서가 없었다.

재훈이 투덜거렸다.

“인공지능이라더니 별거 없네. 우리 민서가 어떤 애인지 느낌이 안 나잖아.”

아내가 말했다.

“그 얘기 넣어봐.”

“무슨 얘기?”

“민서 고등학교 때 새벽 두 시.”

재훈이 바로 웃었다.

“아, 그거?”

챗GPT는 우리 가족의 ‘새벽 두 시’를 모른다

딸이 고등학생 때 친구 생일파티에 갔다가 밤늦게 전화를 했던 일이었다.

“아빠, 미안한데 나 좀 데리러 와.”

재훈은 자다가 그 전화를 받았다.

갈아입기도 귀찮아서 잠옷 위에 긴 코트만 걸치고 차를 몰고 갔다.

잠시 뒤 딸이 차에 올라탔다.

민서는 아빠를 위아래로 한번 보더니 말했다.

“아빠…”

“왜?”

“창피하니까 집에 갈 때까지 차에서 내리지 마.”

재훈은 어이가 없었다.

새벽 두 시에 자기를 불러낸 사람이 할 말은 아닌 것 같았다.

그때는 화가 났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그 이야기는 가족들이 모일 때마다 꺼내는 웃음거리가 됐다.

재훈은 챗GPT에 썼다.

“딸이 고등학생 때 새벽 두 시에 데리러 갔던 이야기를 축사에 넣어줘.”

잠시 뒤 챗GPT가 답했다.

“좋습니다. 그 장면을 넣으면 훨씬 개인적인 축사가 될 수 있습니다. 몇 가지만 더 알려주세요. 왜 새벽 두 시에 데리러 가게 되었나요? 그때 딸이 뭐라고 했나요? 지금도 가족들이 기억하는 재미있는 장면이 있나요?”

재훈이 화면을 보며 말했다.

“이것도 내가 다 설명해야 돼?”

아내가 어이없다는 듯 쳐다봤다.

“그럼 챗GPT가 어떻게 알아?”

“그래도 인공지능인데.”

“인공지능이면 민서 고등학교 때 일을 알아? 챗GPT가 우리 집에서 같이 살았어?”

재훈이 입을 다물었다.

그러고 보니 아내에게는 그냥 “새벽 두 시 그 얘기”라고만 해도 충분했다.

둘 다 그날을 알고 있었다.

딸이 어디 있었는지, 왜 전화했는지, 자기가 어떤 꼴로 나갔는지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오랜 세월을 같이 살아온 사람들이니까.

그런데 챗GPT에게는 그 시간이 없었다.

재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챗GPT가 알 리가 없지.”

이번에는 의자에 제대로 앉았다.

이번에는 챗GPT에게 ‘민서’를 설명했다

재훈은 이번에는 처음부터 조금 자세히 적었다.

“나는 오십 대 아버지고, 결혼하는 딸은 서른한 살 우리 집 첫째다. 축사는 5분 이내로 짧게 하고 싶다. 너무 감상적이지 않았으면 좋겠고, 하객들이 한 번 정도 웃었으면 좋겠다.

딸이 고등학생 때 친구 생일파티에 갔다가 새벽 두 시에 나에게 데리러 와달라고 전화했다. 나는 자다가 일어나 잠옷 위에 긴 코트만 걸치고 갔다. 딸은 차에 타더니 내 모습을 보고 ‘아빠, 창피하니까 집에 갈 때까지 차에서 내리지 마’라고 했다. 지금도 우리 가족이 가끔 웃는 이야기다.

딸은 어려서부터 독립적인 성격이지만 정말 필요할 때는 가족을 찾는 아이다. 이 이야기를 넣어서 웃기면서도 마지막에는 아빠가 언제든 딸 편이라는 느낌이 남도록 써줘.”

몇 초 뒤 글이 나왔다.

재훈은 천천히 읽기 시작했다.

“민서가 고등학생이던 어느 날 새벽 두 시에 전화가 왔습니다.

‘아빠, 나 좀 데리러 와.’

저는 자다가 일어나 잠옷 위에 긴 코트만 걸치고 차를 몰고 갔습니다.

그런데 차에 탄 딸의 첫마디는 ‘아빠, 고마워’가 아니었습니다.

‘아빠, 창피하니까 집에 갈 때까지 차에서 내리지 마.’

그때는 기가 막혔습니다. 새벽 두 시에 사람을 불러내 놓고 옷차림을 지적하다니요.

그런데 오늘 생각해 보니 그게 아버지 역할이었던 것 같습니다.

평소에는 찾지 않아도, 정말 필요할 때 전화할 수 있는 사람.

민서야, 이제 네 옆에는 평생 함께할 사람이 생겼구나. 그래도 혹시 살다가 새벽 두 시에 아빠가 필요한 날이 오면 전화해라. 다만 이번에는 아빠가 옷을 제대로 갈아입고 나가마.”

재훈이 읽다가 피식 웃었다.

“여보.”

“왜?”

“이번 건 좀 나 같다. 한번 읽어볼래?”

아내가 휴대전화를 받아 읽었다.

앞부분에서는 웃었다.

마지막 부분에 가서는 조금 천천히 읽었다.

그리고 휴대전화를 돌려줬다.

“이건 괜찮네.”

재훈이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거봐. 내가 좀 가르쳐주니까 잘하잖아.”

아내가 바로 받아쳤다.

“챗GPT를 가르친 게 아니라 당신이 이제야 말을 제대로 한 거지.”

“그게 그거지 뭐.”

그날 밤, 감사 문자 앞에서 손가락이 멈췄다

그날 밤 재훈은 축사를 저장했다.

그러다 문득 결혼식이 끝난 뒤 신랑 부모님께 감사 문자를 보내야 한다는 생각이 났다.

재훈은 다시 챗GPT를 열었다.

“신랑 부모님께 보낼 감사 문자 좀 잘 써줘.”

여기까지 쓰고 손가락이 멈췄다.

잠깐 생각했다.

그리고 조금 전 쓴 문장을 지우기 시작했다.

“아니지.”

아내가 쳐다봤다.

“왜?”

재훈은 다시 챗GPT 화면을 바라봤다.

“먼저 내가 사돈한테 뭐가 고마운지부터 챗GPT한테 말해줘야지.”

딸 결혼식을 보름 앞둔 어느 날, 재훈에게 숙제가 하나 생겼다.

결혼식 축사였다.

아내가 말했다.

“당신 축사는 짧게 해. 감동 준다고 시작했다가 10분 하면 안 돼.”

“내가 언제 그랬어?”

“지난번 조카 결혼식 때 건배사 5분 했어.”

재훈은 대꾸하지 않고 휴대전화를 집어 들었다.

딸이 몇 달 전부터 한번 써보라고 하던 챗GPT가 생각났다.

‘이럴 때 쓰는 거 아닌가?’

어떻게 물어봐야 하는지는 별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별생각 없이 이렇게 썼다.

“딸 결혼식 축사 좀 감동적으로 써줘.”

몇 초 지나지 않아 제법 그럴듯한 글이 나타났다.

그런데 몇 줄 읽고 나자 이상했다.

어딘가 우리 집 이야기 같지가 않았다.

챗GPT가 써준 축사, 왜 남의 딸 이야기 같았을까

재훈이 소리 내 읽기 시작했다.

“사랑하는 딸아. 오늘 아빠는 너의 손을 놓아주려 한다. 어린 시절 내 품에 안겨 있던 네가 이제 한 남자의 아내가 되어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모습을 보니…”

몇 줄 읽던 재훈이 아내를 쳐다봤다.

“어때?”

아내는 잠깐 듣더니 고개를 갸웃했다.

“좀 이상한데.”

“뭐가?”

“왜 딸을 어디 멀리 보내는 사람처럼 말해?”

“결혼하니까 그렇지.”

“결혼해도 여기서 차로 20분 거리에 살아. 일요일이면 또 와서 냉장고 열어볼 애한테 무슨 ‘손을 놓아준다’야.”

재훈도 웃음이 났다.

듣고 보니 그랬다.

딸을 결혼시키는 축사라기보다 먼 나라로 떠나보내는 사람 같았다.

재훈은 챗GPT에 다시 말했다.

“딸은 결혼해도 가까이 살 거야. 너무 슬프게 쓰지 말고 조금 재미있고 따뜻하게 바꿔줘.”

이번에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사랑하는 딸아. 결혼한다고 해서 아빠와 멀어지는 것은 아니겠지. 집도 가까우니 언제든 놀러 오고, 엄마가 해준 밥이 생각나면 편하게 찾아오렴…”

재훈이 읽다가 말했다.

“아까보다는 낫지?”

아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낫기는 한데… 이건 옆집 김 부장님 딸 결혼식에서 읽어도 되겠다.”

“그래? 틀린 말은 하나도 없을 텐데.”

재훈이 다시 읽어봤다.

그러고 보니 그랬다.

틀린 곳은 없었다.

그런데 민서가 없었다.

재훈이 투덜거렸다.

“인공지능이라더니 별거 없네. 우리 민서가 어떤 애인지 느낌이 안 나잖아.”

아내가 말했다.

“그 얘기 넣어봐.”

“무슨 얘기?”

“민서 고등학교 때 새벽 두 시.”

재훈이 바로 웃었다.

“아, 그거?”

챗GPT는 우리 가족의 ‘새벽 두 시’를 모른다

새벽 두 시 딸을 데리러 나온 아버지와 자동차 안의 딸

딸이 고등학생 때 친구 생일파티에 갔다가 밤늦게 전화를 했던 일이었다.

“아빠, 미안한데 나 좀 데리러 와.”

재훈은 자다가 그 전화를 받았다.

갈아입기도 귀찮아서 잠옷 위에 긴 코트만 걸치고 차를 몰고 갔다.

잠시 뒤 딸이 차에 올라탔다.

민서는 아빠를 위아래로 한번 보더니 말했다.

“아빠…”

“왜?”

“창피하니까 집에 갈 때까지 차에서 내리지 마.”

재훈은 어이가 없었다.

새벽 두 시에 자기를 불러낸 사람이 할 말은 아닌 것 같았다.

그때는 화가 났지만, 세월이 지나면서 그 이야기는 가족들이 모일 때마다 꺼내는 웃음거리가 됐다.

재훈은 챗GPT에 썼다.

“딸이 고등학생 때 새벽 두 시에 데리러 갔던 이야기를 축사에 넣어줘.”

잠시 뒤 챗GPT가 답했다.

“좋습니다. 그 장면을 넣으면 훨씬 개인적인 축사가 될 수 있습니다. 몇 가지만 더 알려주세요. 왜 새벽 두 시에 데리러 가게 되었나요? 그때 딸이 뭐라고 했나요? 지금도 가족들이 기억하는 재미있는 장면이 있나요?”

재훈이 화면을 보며 말했다.

“이것도 내가 다 설명해야 돼?”

아내가 어이없다는 듯 쳐다봤다.

“그럼 챗GPT가 어떻게 알아?”

“그래도 인공지능인데.”

“인공지능이면 민서 고등학교 때 일을 알아? 챗GPT가 우리 집에서 같이 살았어?”

재훈이 입을 다물었다.

그러고 보니 아내에게는 그냥 “새벽 두 시 그 얘기”라고만 해도 충분했다.

둘 다 그날을 알고 있었다.

딸이 어디 있었는지, 왜 전화했는지, 자기가 어떤 꼴로 나갔는지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오랜 세월을 같이 살아온 사람들이니까.

그런데 챗GPT에게는 그 시간이 없었다.

재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챗GPT가 알 리가 없지.”

이번에는 의자에 제대로 앉았다.

이번에는 챗GPT에게 ‘민서’를 설명했다

재훈은 이번에는 처음부터 조금 자세히 적었다.

“나는 오십 대 아버지고, 결혼하는 딸은 서른한 살 우리 집 첫째다. 축사는 5분 이내로 짧게 하고 싶다. 너무 감상적이지 않았으면 좋겠고, 하객들이 한 번 정도 웃었으면 좋겠다.

딸이 고등학생 때 친구 생일파티에 갔다가 새벽 두 시에 나에게 데리러 와달라고 전화했다. 나는 자다가 일어나 잠옷 위에 긴 코트만 걸치고 갔다. 딸은 차에 타더니 내 모습을 보고 ‘아빠, 창피하니까 집에 갈 때까지 차에서 내리지 마’라고 했다. 지금도 우리 가족이 가끔 웃는 이야기다.

딸은 어려서부터 독립적인 성격이지만 정말 필요할 때는 가족을 찾는 아이다. 이 이야기를 넣어서 웃기면서도 마지막에는 아빠가 언제든 딸 편이라는 느낌이 남도록 써줘.”

몇 초 뒤 글이 나왔다.

재훈은 천천히 읽기 시작했다.

“민서가 고등학생이던 어느 날 새벽 두 시에 전화가 왔습니다.

‘아빠, 나 좀 데리러 와.’

저는 자다가 일어나 잠옷 위에 긴 코트만 걸치고 차를 몰고 갔습니다.

그런데 차에 탄 딸의 첫마디는 ‘아빠, 고마워’가 아니었습니다.

‘아빠, 창피하니까 집에 갈 때까지 차에서 내리지 마.’

그때는 기가 막혔습니다. 새벽 두 시에 사람을 불러내 놓고 옷차림을 지적하다니요.

그런데 오늘 생각해 보니 그게 아버지 역할이었던 것 같습니다.

평소에는 찾지 않아도, 정말 필요할 때 전화할 수 있는 사람.

민서야, 이제 네 옆에는 평생 함께할 사람이 생겼구나. 그래도 혹시 살다가 새벽 두 시에 아빠가 필요한 날이 오면 전화해라. 다만 이번에는 아빠가 옷을 제대로 갈아입고 나가마.”

재훈이 읽다가 피식 웃었다.

“여보.”

“왜?”

“이번 건 좀 나 같다. 한번 읽어볼래?”

아내가 휴대전화를 받아 읽었다.

앞부분에서는 웃었다.

마지막 부분에 가서는 조금 천천히 읽었다.

그리고 휴대전화를 돌려줬다.

“이건 괜찮네.”

재훈이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거봐. 내가 좀 가르쳐주니까 잘하잖아.”

아내가 바로 받아쳤다.

“챗GPT를 가르친 게 아니라 당신이 이제야 말을 제대로 한 거지.”

“그게 그거지 뭐.”

그날 밤, 감사 문자 앞에서 손가락이 멈췄다

그날 밤 재훈은 축사를 저장했다.

그러다 문득 결혼식이 끝난 뒤 신랑 부모님께 감사 문자를 보내야 한다는 생각이 났다.

재훈은 다시 챗GPT를 열었다.

“신랑 부모님께 보낼 감사 문자 좀 잘 써줘.”

여기까지 쓰고 손가락이 멈췄다.

잠깐 생각했다.

그리고 조금 전 쓴 문장을 지우기 시작했다.

“아니지.”

아내가 쳐다봤다.

“왜?”

재훈은 다시 챗GPT 화면을 바라봤다.

“먼저 내가 사돈한테 뭐가 고마운지부터 챗GPT한테 말해줘야지.”

필자 소개
미국 버지니아에서 26년째 같은 사업체를 운영해 왔다.
자영업과 미국 생활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가족, 돈, 여행, AI와 기술에 대해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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